어제 끝까지 경기를 시청하면서 생각했다. 왜 지난 호주전보다 못하지? 사우디가 그렇게 잘 했나? 주구장창 수비만 해 대네.
그러면서 내내 마음 졸였다. 점유율이 높으면 뭐하나. 골을 못 넣는데. 전반에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정우영을 보면서 저 자식은 욕 많이 먹겠군 했다. 실은 저런 장면은 이전 국대경기를 보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장면이었다. 이겨야 하는 부담감은 잔뜩이고 몸은 안 움직일 때 나오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.
초반에는 우리가 계속 우세였는데, 점점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었다. 주구장창 골대를 노리다가 안되고 마지막에 역습받고 지는 장면. 사우디는 늘 그렇게 이겼던 것 같았다. 이번에도 그럴려나? 분명 핸드볼 같은 파울을 정상적인 플레이로 잡아주었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. 불길함. 후반 막판에는 오히려 사우디가 공격도 많이 하더라. 체력이 떨어진 건지.
다행히 연장에서 우리가 이겼다. 승부차기까지 갔으면 모르는 게임이었다. 기세라는 것도 결국 운의 한 종류이니. 골포스트만 여러번 차대면 무얼하나. 아쉬운 찬스들이 키퍼 선방으로 막히면 결국 0:0인거다. 막판에 넣었던 한 골은 그래서 정말 감격적이었다. 우승이다.
그래, 정말 학범슨이다. 모든 선수들을 사용하고, 심지어 멀티골을 넣었던 선수들마저 조커로 투입하는 그 배짱. 하지만 우리는 안다. 결과가 이랬기에 그것이 학범슨이라는 용어를 쓰는 거지 결과가 나빴으면 쓰레기 취급을 받을 뿐이다. '벤또'처럼. 지금은 영웅이 된 듯 그리 떠들지만, 만약이라도 졌다면 분명 언론은 난리가 났을 거다.
"결승전 만큼은 기존 호주전 기용 선수로 갔어야"
"학범슨의 아쉬운 패착... "
예전 아시안 게임때 황의조 선수를 썼을 때의 그 난리. 그리고 우승 했을 때의 그 난리. 아직도 황의조 선수의 연관검색어는 인맥축구라는 것이 따라다닌다.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, 나빴으면 과연 황의조와 황희찬은 유럽에서 뛰고 있었을까? 황희찬은 예외인가? 쩝
이번 축구를 보면서, 과정이 어떻고 저쩧고를 따지지만 결국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,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. 토너먼트에 힘을 아끼고 선수를 교체하면서 길게 봤다는 것도 탈락하지 않았으니 다행인거지, 만약 문제가 있었으면. 에휴. 얼마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을까? 팬들이라고 뭐 다를지. (나를 포함해서) 아마도 이번에 졌다면 그 십자포화는 정우영한테로 갔을 거다. 그 선수라고 왜 골을 넣고 싶지 않겠는가? 반대로 사우디 선수들은 골을 먹고 싶었겠는가?
일희일비 하지 말자. 아무튼 한국축구 흥해라. 호주전 같은 경기 매번 보여준다면 정말 좋겠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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